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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을 3년동안 5번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은..

2020 지구의 원더키디 2009. 5. 3. 03:09


어떤 특별한 인연의 시작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을 3년동안 5번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 까?
그것도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말이다..

이 분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 3학년 때 인 것 같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할 리 없다..;;)
각기 다른 종류의 명품 브랜드가 인쇄된 쇼핑백 7개 정도를 자신의 자리 앞에 진열해 놓고 열심히 각 쇼핑백에 붙여 놓은 종이를 체크하고,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는 광경은 정말 생경하고 낯선 것 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거야, 이 분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지하철에서 2번째로 마주쳤다. 그때도 열심히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으며 쇼핑백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 분의 정체를 알게 된 건, 어느 여름날 오전의 백화점 안에서 였다. 여전히 쇼핑백 몇 개를 들고 바쁜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 오고 있었다. 이 분은, 아마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 반품 혹은 교환할 물건들을 직접 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지하철에서 한 번 더 마주쳤다. 4번째 마주치는 순간에는 마치 일상적인 이벤트처럼 당연한 느낌이었다.

그리고서 나의 동선과 이동 시간이 바뀌게 되었다. 매일 오전 8시, 밤 9시 ~ 11시를 왔다 갔다 하며 지하철을 타고 나서 부터는 이 분은 나의 머릿속에서 잊혀져 버렸다.

그런데, 오늘, 하필이면 쉬는날인 토요일 오후에 여지없이 출근을 했고, 근래 가장 빠른 밤 7시 퇴근을 하였다.
지하철 8호선 잠실역에서, 다시한번 2년만에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쇼핑백 4개를 들고 있었다. 예의 그 열의에 찬 표정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그 순간의 반가움은 종로 한 복판에서 헤어졌던 전 여자친구를 마주쳤을 때의 임팩트와 다르지 않을 것 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사람을 3년동안 5번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 아저씨의 활동 영역 : 강동, 송파로 압축하여 58㎢ (특성상 여기저기 다니시는 것으로 생각하면..)
* 나의 활동 영역 : 테헤란로(회사에서 역까지 0.007㎢), 선릉 잠실 천호 굽은다리역(각각 0.001㎢) (최대한 단순히 가정하자..)

이 분과 내가 만날 영역을 생각해 보자.. 적어도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15m*8m 도형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 이 분과 나는 0.00012㎢ 라는 공간 안에 있어야지만 인식함을 가정한다. (인식공간으로 부르자..)
* 아저씨의 활동영역은 483,333개의 인식공간이다.
* 나의 활동영역은 67개의 인식공간이다.

단순히, 아저씨와 나의 활동영역이 겹치는 확률은 483,333개의 인식공간 중에서 특정한 67개의 인식공간중 1개가 선택될 확률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간의 개념을 더해 보자..

단순하게 가정하자.. 아저씨를 잠실에서 만났으니 나는 483,333개 중에서 1개에 있는 셈이다.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중에서 나의 "퇴근 시간중 잠실역에 출몰하는 시간은 오후 8시 ~ 11시 이니 시간의 범위는 3시간이다. 이 3시간 중에서 잠실역에 상주하는 시간은 평균 10분 정도이다. 아저씨와 내가 한 인식공간에서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은 20초로 가정한다. 그렇다면, 1분의 180이라는 확률에서 1분의 3을 곱하면 1분의 540 이다. (하루중 퇴근시간에 잠실역에 20초간 있는 확률)

8호선 잠실역의 면적을 인식공간으로 나누어 보자. 약 9개의 인식공간이니, 결국 퇴근시간중 어떤 특정시간에 내가 잠실역 인식공간 1개에 20초간 출몰하는 확률은 1 / 4,860 이다. [시간의 연속성은 고려치 말자..]

아저씨는 시간대에 관계없이 483,333개의 인식영역중에 어느 한 곳에 나타난다고 하자. [정말 단순하게 하자..] 아저씨의 활동영역에서 잠실역 9개의 인식공간중 1개가 선택될 확률은 1 / 53,703 이다. 자, 여기서 내가 하루 중 특정시간대에 잠실역 특정공간에서 출몰할 수 있는 확률을 고려하면..

* 하루중 퇴근시간대 잠실역 특정 공간 1개에서 아저씨를 만날 확률 :  1 / 260,996,580

애초부터 아저씨는 무작위로 나타난다고 가정하였기 때문에, 내가 잠실역에 머무르는 20초를 정지시켜놓고,
아저씨가 잠실역에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을 돌려야 한다.

3년동안 5번 만날 확률이라는 단어에는 더이상 넣을 이론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하루를 사이클로 하여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Reset 되기 때문이다.


결국 1월 20일에 우연히 보았던, 2월 30일에 우연히 보았든,
1 / 260,996,580의 확률로 각각 아저씨를 만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만일, 내가 3년중에서 무작위로 5일을 집밖에 나가고, 아저씨는 매일 나가는 것으로 가정하여서, "내가 3년 중에서 무작위로 5일을 나가는데, 모두 퇴근 시간에 아저씨를 볼 확률" 로 한다면 1 / 219 에다가 1 / 260,996,580 을 곱한 확률에서 다시 5제곱을 하면 되겠다..)

확률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적었다..
어때요.. 참 쉽죠??